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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열에 시달리는 아기를 위한 아빠의 소중한 연차

너무도 야속하게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 어제저녁부터 아기 열이 더 높게 오르기 시작했고 해열제를 먹일 온도까지 도달했다. 미열로 끝나길 바랐던 나의 바람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다.

 

다행히 평소보단 그리 높지 않은 온도이기에 한숨 돌렸지만 그래도 비상사태다. 우선 열과 함께 잦은 기침과 콧물이 나기 시작했고 아침 와이프가 등원하기 전 이비인후과에 들렀으나 열이 높아 보건소 PCR 검사 음성 확인서를 가져와야 진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출근 시간에 쫓기는 아내였기에 보건소까지 갈 시간이 되지 않았고 우선 급한 대로 해열제를 먹인 뒤 등원을 결정했다. 그렇게 해열제 힘으로 열은 조금 떨어졌지만 또 오를 경우 바로 하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16시가 되어서야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했고 아이의 건강 상태 및 온도에 대하여 문의했으나 다행히 미열 외에는 문제없다고 답변을 받았다.

 

안도의 한숨을 쉬려 하는 그 순간 담임선생님한테 다시 연락이 왔고 지금까지는 문제가 없었는데 나와 통화 후 체온 측정 결과 38도가 조금 넘는다고 연락을 주셨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쉽게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기 때문에 37.5도가 넘어가는 아기는 등원이 힘들다는 어린이집 의견이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코로나 상황에서는 더더욱 등원하기 힘든 온도까지 올라갔기에 아기를 케어하려면 연차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제발 연차는 피하고 싶었지만 아기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을 해야 했고 부랴부랴 본부장님께 전화를 걸어 사실을 알리고 연차를 신청하게 되었다.

 

정말 다행인 건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고 영업사원인 나는 월 말 수금 업무로 보통 하루에서 이틀 정도는 일정을 빼놓는 상황이었기에 연차를 쓰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수금 업무란 PC로 자료를 보며 전화로 응대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내 재량껏 일정을 조절할 수가 있다. 다만 골치 아픈 업무가 조금 더 늘어날 뿐이다.

 

어찌 되었건 나는 내일 연차를 쓰게 되었고 상황에 따라 모레까지도 연차를 쓸 생각을 하고 있다. 와이프의 회식과 개인 약속 그리고 출퇴근 업무 시간이 맞지 않아 나는 지난 토요일부터 아이를 케어하고 있다.

 

내 예상대로 이틀 내내 연차를 쓴다면 일주일 내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으니 어떤 상황이 와도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빨리 나을 수 있도록 케어할 생각이다.

 

병간호라는 이유로 같이 있는 시간이지만 아무렴 어떠하랴 어떤 상황 이건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만들어주면 그게 행복 아니겠는가 지치고 힘들더라도 이번엔 짜증 내지 않고 화내지 않고 정말 자상한 아빠가 되기로 결심한다.

오늘은 기숙사에서 숙박을 하는 날이었지만 나는 부랴부랴 춘천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아름다운 주제가 아니기에 조금은 섭섭하지만 어쩌겠는가 아들을 위해 나는 행복한 마음으로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우리 아들 제발 코로나 아니길 바라며 아빠의 케어로 인해 빨리 회복되길 기도해 본다.

 

평소에 아기를 보며 다른 또래 아가들에 비해 입술이 조금 하얗다는 생각을 했었고 여러 블로그들을 통해 하얀 이유에 대해서 열심히 알아보았다.

 

사람마다 입술색은 다르고 빨간 사람이 있으면 하얀 사람도 있을 거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나였다. 부모님도 자주 아픈 아기를 보면서 면역력이 약하다고 느끼셨는지 한의원에 데려가 보자고 제안을 해주셨다.

 

가보자는 대답은 했지만 건강할 거란 막연한 생각만 앞섰던 나였기에 아직도 한의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지난 주말 결혼한 친구들이 아기를 데리고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도 뒤늦게 참석했고 어릴 때부터 워낙 친했던 친구들이었기에 내 아들을 본 한 친구가 처음 보자마자 뱉은 말은 입술에 틴트 좀 발라줘야 되지 않겠냐는 농담 섞인 얘기 었다.

 

친한 친구이기에 할 수 있는 농담이었고 농담 속에 진심을 읽었던 나는 누가 봐도 아기 입술이 하얗다는 걸다 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너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나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워졌다. 우리 아들 이번에 아픈 거 빨리 낳고 제일 먼저 한의원에 데려가려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단 아기들은 굉장히 연약하고 가냘픈 존재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정작 내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 충분히 사랑받고 관심받아야 할 3살 아기지만 아빠인 나조차도 정말 최선을 다해 아기를 케어해준 적 없었다.

 

지난 3월 서울아산병원에 다녀왔던 내 모습을 떠올려본다. 고열에 시달렸던 우리 아기 입원해있던 강원대학교 병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없으니 큰 병원으로 가 보라고 하였고 그렇게 서울아산병원으로 이동하는 내내 와이프와 나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던 적이 있다.

 

가벼운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펑펑 울었던 아내와 나 다시는 아기에게 소홀하지 말자고 최선을 다해서 케어하자고 약속했던 그 순간이 불과 한 달 전이다. 

 

너무도 간사한 내 모습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고 또 반성해 본다. 그리고 이 세상 하나뿐인 내 아들을 위해 다시 한번 최선을 다해 아껴주고 사랑하겠다고 주문을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