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주일 중 내가 가장 기다리고 기다리던 불타는 금요일이다. 하지만 내 속은 지금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는 정말 불타는 금요일이다.
평소와 다르게 오늘 정말 즐겁지 않고 내 속은 이미 엉망진창에 너무 화가 나 있는 상태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이런 기분으로 글을 쓰는 것도 처음이라 조금 어색한 것도 사실이다.
나는 결혼 3년 차에 접어들었고 한 아이를 키우는 아빠다. 평소 아내와 잦은 다툼과 갈등으로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다.
정말 부끄럽지만 그 짧은 3년 시간 동안 나는 와이프에게 세 번의 이혼 얘기를 꺼낸 적이 있고 지금 이 시간에도 심각하게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
와이프는 평소 술과 노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와이프 주변에 바르고 착한 친구들보다는 노는 친구들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물론 나랑 결혼하기 전에도 술을 좋아하고 노는 거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즐기는 인생을 살아왔던 사람이다. 술 먹고 노는 거 싫어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나 또한 노는 거 하나만큼은 남들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좋아한다. 와이프는 결혼 전과 지금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어찌 보면 결혼이라는 이유로 내가 와이프에게 변하길 원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크고 자란 사람이라면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은 상황에 가정에 충실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하지만 와이프는 다르다.
가정보다는 술자리가 우선이고 집안 살림살이와 청소가 쌓여 있어도 크게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바닥이 지저분하고 먼지가 쌓여도 청소기를 들기보다는 TV를 트는 와이프였고 그런 일상들이 나를 점점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물론 나는 일반인에 비해 깔끔한 편이고 친구들은 장난 식으로 나에겐 결벽증이라 표현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와이프에게 원하는 건 청소가 아닌 정리 정돈이었고 일반 엄마들처럼 가정과 살림살이에 충실하길 바랬다.
놀 때 놀고 술 마실 땐 마시더라도 본인이 해야 할 일은 마무리 짓고 나가는 게 나는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와는 생각이 많이 다른 와이프가 야속하고 원망스러울 뿐이다.
사실 내가 제일 화나는 건 와이프는 술을 마실 때 늘 주량을 초과하며, 조절을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너무 고지식한 사람인가?
결혼한 지 이제 이 년이 조금 넘은 나름의 신혼이고 이제 갓 두 돌 지난 아기가 있는 한 가정의 엄마가 술만 마셨다 하면 늘 취하고 본인조차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면 나는 무슨 생각을 해야 할까?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 바꿔 쓰는 거라 들었다. 정말 야속한 말이지만 그게 현실로 점점 다가오는 오늘이다.
어제 와이프는 퇴근길에 직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나는 퇴근 후 아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냈다. 밥 먹고 퇴근하겠다는 핑계를 대며, 굳이 술 얘기를 꺼내지 않는 와이프였고 아니나 다를까 술 먹고 오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하는 아내였다.
공식적인 회식자리도 아닌 친한 직원들끼리 모여 술 한잔하는 자리였고 그 자리엔 남 직원들도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꼭 참석해야 하는 자리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자리도 아니었을뿐더러 중요한 자리일지라도 술 조절도 못하고 이차 삼차를 외치는 와이프가 점점 질린다.
어제도 만취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체 침대에서 자고 있는 모습을 본 나는 새벽에 깊은 한숨과 함께 진지하게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
와이프에게 지금까지 세 번의 이혼 얘기를 꺼냈고 과거에는 분명 경각심의 의미도 어느 정도 차지하고 있었기에 기대에 끈을 놓지 않았던 나였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참을 수 없이 결혼에 대한 후회가 밀려오는 하루였다.
요즘 부쩍 잠에서 깨어 울고불고 난리 치는 우리 아들이다. 오늘 새벽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술에 취해 잠든 와이프는 미동조차 없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는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고 와이프를 깨웠지만 시체나 다름없었다.
집안 살림살이도 육아도 청소도 모두 맘에 들지 않는다. 적어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느껴진다면 이렇게까지 속상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내 인생 결혼생활 이혼이란 단어는 없을 거라 굳게 믿었던 나였지만 지금은 그 다짐에 조끔씩 금이 가고 있는 오늘이다.
최근 주변에서 이혼하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고 그런 친구들이 조금 보고 싶어 지는 하루다.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만 나누고 싶었고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을 공유하는 블로그가 되길 원했지만 오늘은 내 스스로 푸념을 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지금은 퇴근길이고 아내의 얼굴을 웃으며 볼 수 있을지 걱정된다. 어떠한 결정을 하던 나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을 결정을 하길 오늘도 한 걸음 조금 물러나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오늘은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이혼을 생각할 만큼 나 스스로 정말 떳떳하고 와이프에게 100점짜리 남편이 맞았는지 와이프의 안 좋은 습관들을 고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지 말이다.
대답은 나 스스로 알 것이고 "그렇다"는 답변을 할 수 없다면 그 문제를 내게도 찾아보려 오늘 이렇게 글을 써 본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인생이 happy ending 이 되길 기도해본다.